기사보기

Magazine

[487호 2018년 10월] 문화 작가의 정원

작가의 정원 10 버나드 쇼의 Shaw’s Corner

집필실 이름 ‘런던’…재치와 해학 느껴지는 뜰 곳곳
작가의 정원 10 버나드 쇼의 Shaw’s Corner

집필실 이름 ‘런던’…재치와 해학 느껴지는 뜰 곳곳 


런던에서 북쪽으로 70km쯤 떨어진 아욧 세인트 로렌스(Ayot St Lawrence)에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가 살았던 집이 있다. 집을 찾아 들어가는 길은 밭 사이로 구불구불한 좁은 외길이다. 반대편에서 차가 오면 한쪽 바퀴가 길가의 덤불 위로 걸쳐져야 한다. 주차장은 20대 정도 세울 수 있는 면적이며 매표소도 함께 있다. 

주차 관리인은 나의 짧은 토막 영어와 렌터카를 보더니 멀리서 일부러 찾아온 것을 짐작하며 작가냐고 묻는다. 나는 차마 버나드 쇼의 집에서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말하기 민망하여 그냥 미소만 지었다. 

버나드 쇼는 아일랜드 태생으로 셰익스피어 이후 가장 위대한 극작가로 불린다. 그는 평생 60여 편의 희곡을 썼으며 ‘피그말리온(Pygmalion, 1912)’은 1938년에 ‘마이 페어 레이디’라는 영화로 만들어져 아카데미 희곡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성녀 조안(1923년)’으로 1925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이 두 개의 상을 함께 받은 이는 아직까지 버나드 쇼뿐이라 한다. 

그가 살았던 집을 쇼스 코너(Shaw’s Corner)라 부른다. 집은 붉은 벽돌로 지은 아담한 이층집이다. 버나드 쇼는 그의 아내와 1906년 이곳으로 이사 왔다. 그리고 그는 이곳에서 1950년 94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44년을 살았다. 쇼 부부는 조용한 전원마을을 좋아했으며 정원 가꾸기를 즐겼다. 그들은 영국의 정원 디자이너 거트루드 지킬의 ‘작은 시골집을 위한 정원’이란 책을 참고하여 정원을 꾸몄다고 한다. 정원의 전체 면적은 1920년에 인근 부지를 매입하면서 14,000㎡(4,200여 평)가 되었다. 초지, 장미원, 화단, 텃밭 그리고 넓은 잔디밭이 있다. 

버나드 쇼의 움직이는 오두막 집필실.



대문을 들어서면 주택이 먼저 나오지만 나는 늘 그러하듯이 정원을 먼저 둘러본다. 주택 모퉁이를 돌아 정원으로 향했다. 한눈에 멀리까지 하트퍼드셔의 전원지대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넓은 잔디밭에 깔개를 깔고 여기저기 젊은이들이 누워서 책을 읽고 있다. 그들이 버나드 쇼의 책을 읽고 있지는 모르겠지만 어울린다. 그들은 마치 버나드 쇼의 정원이라는 무대에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연기하고 있는 배우 같다. 그리고 잔디밭 아래쪽으로 화단이 있다. 보라색 알리움 꽃과 흰색 우단동자 꽃이 넉넉하게 피어 있다. 그 사이로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있다. 주택의 오른쪽으로 걸어가니 정갈한 텃밭이 나온다. 촘촘하게 심어 놓은 산울타리는 아마 주변에 사는 동물들의 침입을 막으려 함인 것 같다. 텃밭을 지나니 숲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숲길은 다시 화단 쪽으로 연결된다. 숲의 끝자락에 호젓하게 작은 오두막이 있다. 쇼의 집필실(writing hut)이다. 

규모는 주차장의 관리소보다도 작은 6m²정도이며 가볍게 나무판자로 만들었다. 오두막의 지붕은 튼튼한 철 기둥에 연결되어 있고 바닥은 원형의 궤도가 깔린 기초 위에 올려 있다. 그 기둥을 중심축으로 오두막을 통째로 회전시킬 수 있다. 아마 흐린 날이 많은 영국 기후에 햇볕을 따라 움직이려 하였나 보다. 그리고 그는 이 오두막을 ‘런던(London)’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의 작업을 방해하거나 원치 않는 손님이 오면 ‘런던 가셨습니다.’라고 둘러대게 하였다고 한다. 글 쓰는 작업이 정원의 풀 뽑기와 달라 집중해야 할 때가 있으니 좋은 생각이다. 오두막과 그 이름에서 쇼의 재치와 해학이 느껴진다.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극작가뿐만 아니라 위트 있는 글귀나 명언으로도 유명하다. 예를 들어 그의 묘비에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이라고 쓰여 있다. ‘내 인생,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끝날 줄 알았다.’라는 뜻으로 재미있게 의역되고 있으며 성철 스님도 최고의 묘비명으로 꼽았다고 한다. 또한 정원에 대한 명언도 있다. ‘The best place to find God is in a garden. You can dig for him there’ 내 생각에 ‘God’ 대신 ‘즐거움’이나 ‘마음의 여유’를 넣어도 맞을 것 같다. 

글·사진 문현주(농가정74-78) 가든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