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553호 2024년 4월] 뉴스 모교소식

오늘은 롤러장, 내일은? 파워플랜트 그때 그때 달라요

 
오늘은 롤러장, 내일은? 파워플랜트 그때 그때 달라요



문화예술원은 3월 24일부터 4월 5일까지 관악캠퍼스 파워플랜트에 롤러장을 설치하고 ‘Let’s Roll! 파워플랜트, 롤러장이 되다’ 행사를 열었다. 3월 31일 파워플랜트에서 재학생과 지역 주민들이 롤러스케이트를 즐기고 있다.   


2022년 복합문화공간 탈바꿈
예술·과학 융합 등 다양한 시도 

‘서울대에 롤러장이 있다? 없다?’. 적어도 3월 24일부터 4월 5일까지 관악캠퍼스 제1파워플랜트(68동)를 다녀간 이들에겐 ‘있었다’. 문화예술원 행사 ‘Let’s Roll! 파워플랜트, 롤러장이 되다’가 열렸던 이 기간, 파워플랜트는 롤러장이었다.  

4월 1일 저녁 흥겨운 ‘롤러장 음악’을 따라 컴컴한 파워플랜트 입구를 짚어 들어가자 별세계가 펼쳐졌다. 은박 장식과 미러볼이 번쩍이는 천장 아래 그곳은 형형색색의 롤러장이었다. 타원형 트랙은 옷자락을 휘날리며 롤러를 타는 이들로 북적이고 대기 명단에도 이름이 빼곡했다. 한쪽에선 열댓명의 학생들이 ‘하나, 둘’ 무릎을 굽히며 롤러 강습을 받았다. 학생, 교직원, 외부인 누구나 입장료와 장비 대여가 무료. 파격적인 지원의 이유로 문화예술원은 “롤러를 매개로 파워플랜트라는 공간을 체험하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파워플랜트는 지금 캠퍼스에서 가장 변화무쌍한 공간이다. 40년간 학내 건물에 전기를 공급했지만 교내 건물이 개별난방으로 전환되면서 쓸모를 다했다. 2022년 10월 모교 문화예술원이 출범하면서 서울대의 ‘문화 에너지 발전소’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순수예술·과학·사회담론·대중문화 등 다양한 문화 실험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먼지를 털어내고 단장을 최소화 한 공간은 무엇이든 채울 수 있는 거대한 스튜디오가 됐다. 폐공장 같은 분위기가 무심하고 거칠어 보일지 몰라도 성수동 ‘대림창고’, 문래동 예술촌 등을 즐겨 찾는 젊은이들은 마냥 ‘힙(Hip)’하다고 말한다. 갤러리였다가 놀이공간이 되고, 학술 토론장에서 콘서트홀로 변했다.  예술-문화 실천가들이 한바탕 놀이판을 벌였고(공장놀이:RePlant), 퀴어 세미나(코드명: 논바이너리),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꾀하는 이들의 토론(Science, Life, Art 예비 포럼)으로 뜨겁게 달궈지기도 했다. 프리츠커상을 받은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의 특강이 열린 곳은 여느 강의실이 아닌 이곳이었다. 미디어아트 전시 ‘The Origin : ISAAC’에선 8m짜리 LED와 거대 수조를 설치하고 천장에 그네를 걸었다. 유명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학생 작가와 동아리들도 당당한 창작 주체로 전시와 공연을 열었다.        

어떤 장르든 어색함이 없었다. ‘<무조巫祖>: 순환으로부터’ 공연에선 무당과 악사가 부르는 전통 무악을 창조적으로 계승한 소리들이 거친 벽과 어우러졌다. 어느 날은 맨 바닥에 그랜드 피아노 한 대를 놓고 현대음악 작곡가 죄르지 리게티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가 열렸다. 일렉트로닉 음악페어 ‘암페어’가 탈영역우정국, 홍대앞 대안공간 등에 이어 파워플랜트를 점찍은 것도 의외의 일이 아니었다. 

지난해 4월엔 버려진 미군 사격장과 폐공장, 냉동창고 등에서 ‘레이브 파티’를 여는 문화집단 ‘PERMIT’ 팀이 파워플랜트에 찾아왔다. 레이브 파티는 밤새 음악을 틀고 다같이 춤을 추며 즐기는 젊은이들의 문화. 학내 구성원용 티켓은 오픈 한 시간 만에 동났고, 곳곳에서 찾아온 테크노 마니아들이 가세해 500여 명이 밤새도록 불을 밝히고 테크노 파티를 벌였다. 학내에서 열기엔 다소 파격적인 행사였지만 문화예술원은 “경계를 확인해 보고, 새로운 감각을 테두리 안으로 가져와보는 선택이 곧 문화”라는 생각으로  수용했다고 밝혔다.    

13일간 개장한 파워플랜트 롤러장에는 총 1837명이 다녀갔다. “서울대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용기, 이를 허용하는 환경에 사람들이 호응했다”는 자평이다. 화려한 디제잉 파티로 롤러장 운영을 마감한 지 나흘 만인 4월 9일, 파워플랜트에선 고음악단 ‘나레시오 콰르텟(Narratio Quartet)’의 공연이 열렸다. 베토벤의 현악사중주가 울려퍼지는 공간에 롤러장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었다. 이렇듯 파워플랜트의 변신은 숨가쁘게 다채롭다. 내일도, 모레도 아닌 바로 오늘 파워플랜트에 가야 하는 이유다.

▷파워플랜트 인스타그램 바로가기(클릭): @powerplant.seoul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