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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74호 2017년 09월 (2017-09-15)

제71회 후기 학위수여식 2,468명 졸업…“공동체 설득하는 겸손함 갖추라”

학사 838명, 석사 1,023명, 박사 607명 등 본회 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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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회 후기 학위수여식

2,468명 졸업…“공동체 설득하는 겸손함 갖추라”



지난 8월 29일 제71회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성낙인 총장이 학위를 수여하고 있다.



모교 성낙인 총장이 졸업생들을 향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창의성을 키우려면 최선보다 ‘최적(最適)’을 도모하고 문제해결능력보다 ‘문제구성능력’을 키워 나가라”고 강조했다.


지난 8월 29일 모교는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 제71회 후기 학위수여식을 열고 학사 838명, 석사 1,023명, 박사 607명 등 총 2,468명에게 학위를 수여했다.
성 총장은 이날 식사에서 “성공만을 위해 늘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강박을 떼어내고, 주어진 문제를 잘 푸는 능력보다 새로운 문제를 개발할 줄 아는 문제구성능력을 키워 나간다면 어떠한 큰 변화의 파도가 몰아치더라도 쉽게 휩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정화 본회 회장 또한 졸업생들의 동창회 입회를 환영하며 새로운 시대에 대비해 “지성보다 우리가 새겨야 할 덕목은 공동체를 설득할 수 있는 겸손”이라고 당부했다. “모든 개인의 성취는 그가 속한 공동체의 지지가 없이는 불가능하며, 세상을 놀라게 할 혁신적인 지성도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납득시키지 못하면 헛된 공론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8월 29일 제71회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서정화 본회 회장은 졸업생들에게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창의적 지성과 공동체를 설득할 수 있는 겸손함”을 강조했다.



이어 국내 대표 사회학자로 실천적 지성을 상징해온 송호근(사회75-79) 사회학과 교수가 축사했다. 송 교수는 “나의 시대와 달리 여러분은 상상력의 경계 밖의 인생을 살게 될 것”이지만 “캠퍼스에서 가꿔온 ‘마음의 양식’은 평생 여러분의 가슴 속에서 별자리처럼 반짝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단 식사·축사 요지 참조>


졸업생 대표로는 사회교육과 남정훈 동문이 연설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을 극복하고 학업과 사회공헌활동에 매진해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은 남 동문은 “사회에 관심을 갖는 것이 사치라 생각했던 내가 사회와 공감하기 위해 노력해온 이유는 서울대에서 끊임없이 다양한 자극들을 마주했기 때문”이라며 “우리 모두 세상에 긍정적인 자극이 되어 가자”고 격려했다.


이날 행사에는 성낙인 총장, 박찬욱 교육부총장, 신희영 연구부총장, 황인규 기획부총장 등 보직교수들을 비롯해 서정화 본회 회장과 학부모 등 7,00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박수진 기자






축사 및 식사 요지




성낙인 총장 식사

“최선 추구보다는 최적을 도모합시다”



졸업은 새로운 출발을 위한 끝맺음입니다. 부디 새로운 발길을 내딛는 그곳에서 환영받는 선물이 되길 희망합니다. 애써 남을 도와주며 살자는 제안이 아닙니다. 나의 삶에 충실했을 뿐인데, 그러한 내 삶이 타인에게 도움이 되고 응원이 되는 삶, 마치 나무가 묵묵히 자랐을 뿐인데 어느덧 튼실한 재목이 돼 주위에 도움이 되듯이, 여러분 모두가 그런 아름드리 나무가 되길 축원합니다. 여러분은 평화와 인문이 기본이 되는 삶의 구현으로 ‘선한 사람들의 공동체’를 만들어갈 주역입니다.


최선을 추구하는 삶은 때로는 독선적이고 유연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최선보다는 ‘최적(最適)’을 도모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랬을 때 자신이 몸담고 있는 현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관련된 모두가 이롭게 되는 결과를 빚어낼 수 있게 됩니다. ‘중용’에서는 이를 가리켜 ‘시중(時中)’이라고 했습니다. 그때그때 조성되는 현장에 충실하면서 최적의 결과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지향이 바로 시중의 태도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요구되는 창의성을 키우는 데 무척 유용합니다. 미래 사회에서는 ‘문제구성능력’에 기초한 창의성이 요구됩니다. 문제구성능력은 주어진 문제를 잘 푸는 능력이나 기존 매뉴얼대로 일을 잘 처리하는 능력 등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그것은 한층 상위의 능력으로, 새로운 문제를 개발할 줄 아는 능력, 기존 문제처리 매뉴얼을 갱신해갈 줄 아는 능력 등을 가리킵니다. 또한 아직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언제든 문제될 수 있는 바를 미연에 찾아내고, 그 적절한 해결방안을 마련할 줄 아는 역량이기도 합니다.
성공에의 강박을 벗고 많은 이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최적’을 도모하는 삶의 태도로 ‘문제구성능력’을 키워 나간다면 어떠한 큰 변화의 파도가 내 앞에 몰아치더라도 쉽게 휩쓸려 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그 물결을 타고 희망찬 미래를 향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서정화 회장 축사

“공동체와 연대 통해 역량 발휘하라”



저는 예전부터 서울대인의 역사 속에서 기려야할 가치들을 강조해왔습니다.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공동체를 위해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창의적 지성입니다. 특히 리더의 지성이란 공동체의 실물적 성장을 뒷받침하는 지식과, 공동체의 역사적 의의를 규명하여 미래를 향한 비전을 제시하고 구성원을 설득해낼 수 있는 통찰을 포괄합니다.
지성보다도 더 우리가 새겨야 할 덕목은 바로 공동체를 설득할 수 있는 겸손입니다. 세계와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은 필연적으로 공동체와 역사에 대한 겸손함으로 귀결됩니다. 지성인은 바로 그 겸손함을 통해 책임감과 연대감을 체득하여, 공동체와 함께 더 위대한 성취를 이뤄내는 사람들입니다. 대중에 대한 설득력은, 그 지식의 혁신성이나 정합성 못지않게 지식을 발휘하는 주체가 살아있는 인격체로서 얼마나 겸손함을 보였는가에 좌우됩니다.
지성과 겸손이 합일됐을 때 지성인의 삶은 봉사(奉仕)를 통해 위대함의 대열에 이르게 됩니다. 자유주의가 그 난숙기를 이미 지나버린 지금,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을 논하는 것이 사조에 맞지 않는 듯합니다. 게다가 만성적인 불경기와 사회혼란에 지쳐버린 청년세대들에게는 더더욱 생경할 것임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개인의 역량이 최대로 발휘되어 가장 큰 보람을 끌어내는 것은 바로 공동체와의 연대를 통해서이며, 역사는 그러한 창조적 소수와 대중이 연결됐을 때에 비로소 발전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모든 시대마다 나름의 어려움 속에서 서울대인들은 지도적 지성인으로서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역사를 만들어왔습니다. 부족하나마 그 역사를 체험한 한 사람의 선배로서, 그 전통을 함께 계승해나갈 것을 후배 여러분들에게 충심으로 권합니다.



송호근 사회학과 교수 축사 <요지>

“대학시절 가꾼 마음의 양식 간직하길”



제 인생의 중요한 열쇠를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마음의 양식’에 관한 얘기입니다. 대학시절 친구들과 나눈 대화, 지적 노력, 시대고민이 인생의 논리와 윤리를 지켜주는 중추신경이자 등불이었다는 얘기입니다. 그게 여러분의 인생을 동반할 원천적인 ‘마음의 양식(良識)’입니다.


오늘 캠퍼스를 떠나면서 여러분이 가꿔온 그 ‘마음의 양식’을 정신의 백팩에 담아주시기 바랍니다. 외롭고 고독할 때, 불의와 직면했을 때, 딜레마에 부딪힐 때, 그걸 꺼내보세요. 여러분들의 사고와 행동을 감시하고, 규제하고, 격려하고, 응원할 겁니다. 명확한 답은 없지만, 아마 고뇌의 방향을 일러줄 겁니다.


‘나의 시대’와 ‘여러분의 시대’는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비교적 상상력의 경계 ‘내’에서 살았다면, 여러분들은 그 경계 ‘밖’의 인생을 살아갈 겁니다. 그럼에도 저는 믿는 바가 있습니다. 캠퍼스에서 가꿨던 그 마음의 양식, 논리와 윤리, 이성과 감성이 여러분들 삶의 여정을 함께할 영원한 동반자라는 사실입니다. 여러분의 ‘진정한 아(我)’를 정립하는 비망록입니다.


일제강점기, 독일어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를 쓴 이미륵 선생이 1919년 3·1운동에 연루돼 할 수 없이 조선을 떠나야 했습니다. 옷가지, 서류, 회중시계가 든 버드나무 상자를 건네주며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너는 자주 낙심하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충실히 너의 길을 걸어왔다. 너를 믿고 있단다. 너는 결국 국경을 넘을 것이고, 유럽에 도착할 것이다. 슬퍼하지 마라. 너는 나와 가족에게 많은 기쁨을 주었다.

자, 이제 홀로 가거라!


저는 여러분을 믿습니다. 여러분들은 교수와 학부모님께 많은 기쁨을 주었습니다. 그렇듯, 세상 사람들에게 많은 기쁨을 줄 것을 믿습니다. 홀로 가도록, 새로운 길을 개척하도록, 믿음을 보내며 손을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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