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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76호 2017년 11월 (2017-11-15)

대한민국은 외모 중시 국가?

오 준 전 유엔대사 칼럼

조회수 : 2582  좋아요 : 0

대한민국은 외모 중시 국가? 


오 준
불문74-78
경희대 교수
전 유엔대사

해외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가 귀국하면 우리 사회가 외국과 다른 점이 눈에 잘 뜨입니다. 그 중 하나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광고나 TV 등 매체에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많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TV를 1시간만 보거나 지하철 광고판을 10분만 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습니다. 외국에도 물론 매체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인상이 나쁜 사람보다는 좋은 경우가 많지만, 우리처럼 TV 뉴스는 물론이고 일기예보까지 젊고 미인인 여성 앵커들이 진행하는 나라는 본 적이 없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특히 일기예보는 마음 좋은 아저씨나 아주머니 같은 인상의 캐스터들이 진행하는 게 대부분이죠. 왜 우리는 다를까요?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는 필자는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냉장고,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 광고에 외국에서는 실제 사용자와 유사한 중년의 인상 좋은 남녀 배우들이 많이 나오던데, 왜 우리는 젊고 예쁘고 심지어 섹시한 콘셉트의 여성 광고 모델을 사용하지? 광고 만들 때 시장조사도 안 하시나?”하고 물어 보았습니다. 답변은 “자네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네. 물론 시장조사를 해 보면 중년의 가정주부들이 구매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나이 드신 여성들도 자신을 또래의 중년층보다는 젊고 예쁜 여성들과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강하거든…”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래서 성형수술도 다른 어느 나라보다 발달했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친구의 생각이 편견이기를 바라는 필자는 몇 달 전 페이스북에 “우리가 외국과 비교할 때 외모를 더 중시한다고 보는지, 그렇다면 왜 그런지?” 묻는 글을 올렸습니다. 많은 댓글이 올라왔죠. 그럴 듯한 설명의 하나는 “우리는 무엇이든 빨리 성취하려 해서 사람을 보면 첫인상으로 결론을 내리는 풍토가 있기 때문에 외모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러면 같은 프로그램의 남성은 젊지도 않고 특별히 미남이라고 보기 어려운 분들이 나오는 건 왜 그런지 반문 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남성중심 문화가 강해서 여성의 경우는 실력이나 내실보다 외모를 더 중시한다”는 댓글이 바로 떴습니다. 그런가요? 그러면 냉장고 광고에 전혀 살림을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은 젊은 미인이 나오는 것을 중년 여성들도 더 좋아한다는 광고회사 친구의 설명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죠? 전문적인 견해의 반론 댓글도 이렇게 올라왔습니다. “우리 남성도 외모지상주의의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전 세계에서 남성 화장품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팔릴 정도다. 외모지상주의는 성차별이 아닌 계층 간 갈등을 중심으로 한 사회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특히 대중이 집단인식에 민감하고 영향을 많이 받아서 종종 마케팅 실험대상이 되기도 한다.” 필자의 집요한 질문에 식상한 어떤 분은 “우리와 외국은 그냥 문화가 다른 거죠. 우리는 일기예보와 냉장고 광고에서도 젊고 예쁜 여성을 보고 싶어 하고 그게 우리의 문화예요!”라고 화를 내셨습니다. 골치 아프게 따질 것 없이 이게 정답일까요?  

필자가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 30여 년 전에는 우리나라에 줄서기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고 공중 화장실도 깨끗하지 않았습니다. 선진 외국에 처음 근무하게 되어서 어디서나 반드시 줄을 서고 질서를 지키는 문화와 깨끗한 화장실들을 보았을 때, 이것은 문화의 차이일까 아니면 우리가 아직 그러한 수준까지 발전하지 못해서일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20년도 안 되어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깨끗한 공중화장실을 갖게 되었고 줄서기와 순서 지키기도 잘 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즉, 더러운 화장실과 순서를 안 지키던 것은 우리의 문화 때문이 아니었고 아직 거기까지 발전하지 못했던 것뿐이었죠. 서양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 뒤에서 기다리는 여성이 먼저 타도록 남성이 양보해 주는 관습이 있는데, 이것은 줄서기처럼 효율성을 높이는 공익적 발전으로 간주되기 어려워서 우리 사회에는 들어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효율적으로 하려면 앞에 서있는 사람이 먼저 타야죠.) 우리가 순서 지키기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 온갖 기술을 동원한 진동벨 같은 것을 전국의 작은 커피숍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라는 것과 좋은 대조가 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현재 우리 사회가 외국과 비교할 때 외모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 문화의 일부로서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 무슨 이유에서 시작되었든 내실보다 외모를 중시하는 풍조는 우리 모두의 공익이나 사회의 효율성 증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서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것으로 봅니다. 길게 보아 우리 사회가 발전하면서 거쳐 가는 현상 중 하나이기를 바랍니다. 최근 일부 TV 뉴스에서 나이 드신 앵커나 장애인 앵커도 출연하는 것을 보고, 그러한 희망이 더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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