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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72호 2017년 07월 (2017-07-13)

통일에 대한 단상

윤영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 한반도 통일, 3만 탈북인들 제대로 품는게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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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에 대한 단상



윤영관(외교71-75) 모교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



“통일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중학생 시절, 어른들의 이 같은 탄식소리를 듣고, 통일이 뭘까 생각하기 시작한 게 아마도 개인적 여정의 출발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서울대 외교학과에도 두 번씩이나 응시했고 국제정치를 공부하게 됐다. 그런데 수십 년 공부하고 경험하면서 국제정치의 그림이 조금씩 선명해지자, 현실의 벽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우리 역량은 얼마나 미흡한지 솔직히 비감이 든다.

우리는 아직도 ‘친미’, ‘반미’ 같은 용어들을 사용한다. 외교를 아직도 상당히 감정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국력이 우리보다 큰 대국들은 감정이 아니라 차가운 계산으로 한반도를 둘러싸고 치열한 전략 게임을 전개해왔다. 상승대국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밀어내고자 한다. 그에 대응해 기존 대국 미국은 한미동맹 강화로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고자 한다. 미·중간의 치열한 경쟁은 사드배치를 둘러싸고도 선명히 드러난다. 일본은 한국이 자기네와 함께 한·미·일 3각 협력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데 동참하지 않는 것이 불만이다. 북한 문제를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의 지정학적 입지가 그들과 다를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러시아는 중국과 가까이 하면서도 남·북·러 3각 협력으로 한반도에서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입지 강화를 원한다.

주변 4국들이 이처럼 한반도를 둘러싸고 동상이몽(同床異夢)이지만, 한 가지 그들이 공유하는 정책이 있다. 그것은 한반도에서의 현상유지, 바꿔 말해 분단 유지이다. 통일된 한국이 4국 중 어느 한 국가나 진영 쪽으로 쏠림으로써 지금의 세력균형이 깨지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이다. 중국은 통일한국이 미·일과 손잡고 자국을 포위할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미·일은 통일한국이 중국에 기울어져 일본과는 과거사 문제로 다투고 미국과도 멀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처럼 국제무대에서는 한반도를 둘러싸고 통일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원심력이 작동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정부가 되었든, 한국의 외교 전략은 이 원심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즉 주변 4국 모두가 지금처럼 골치 아픈 북한을 계속 끌어안고 가기보다는 한반도 통일이 자기네에게 득이 된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반도 통일, 주변 4강 원치 않아
3만 탈북인들 제대로 품는게 먼저

원심력 약화의 외교를 성공적으로 해냈던 지도자로는 1990년 독일통일 당시의 헬무트 콜 총리를 꼽을 수 있다. 그는 1989년 11월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후 다음해 통일까지 짧은 시간동안 통일을 반대하던 주변국들이 모두 찬성하도록 만들어냈다. 1861년 통일된 이탈리아왕국의 경우에도 정치지도자 카부르가 통일의 국제적 여건을 만들어냈다. 한반도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우리도 이들과 같은 정치지도자를 가질 수 있을까?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원심력을 상쇄하는 구심력을 내부적으로 만들어내야만 할 것이다. 구심력이란 남북의 주민들 간에 서로 끌어당기는 응집력을 말한다. 험한 권력정치 게임이 전개되는 국제무대에서도 민족자결이라는 국제규범이 작동하고 있다. 주민들이 스스로 원하는 정치적 결단을 국제사회가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주민들 상호간에 구심력이 커져서 통일을 강하게 원하게 된다면, 주변 국가들은 이를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은 통일 18년 전부터 동방정책으로 동서독 주민들 간의 교류협력을 추구하고 구심력을 강화했다. 이탈리아의 경우에도 가리발디, 마치니 같은 지도자들이 국민들의 통일 열망을 결집해냈다.

그런데 우리는 어디쯤 와있을까? 남북주민들 간의 구심력은 거의 제로 상태다. 북한 비핵화 외교를 열심히 추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민족 내부의 구심력을 키워나갈 장기적 안목도, 여유도 없었다. 좌우 진영싸움에만 몰두하다 보니 주도 역량이나 내공도 허약해져버렸다. 그 결과 주변 강대국들로부터 불어오는 외풍에 이리 저리 흔들리며 표류해왔다.

4년 전 독일에 갔을 때다. 1982년 연립정부로 집권한 보수 기민당의 헬무트 콜 총리가 어떻게 경쟁정당인 진보 사민당의 동독 포용정책, 즉 동방정책을 계승하게 되었는지 매우 궁금했었다. 그래서 현지 전문가들을 만날 때마다 물어보았다. 그들의 대답은 이랬다. 아데나워 총리 이래 서방의 민주 우방국들과의 관계를 중시해온 기민당의 보수 정치지도자들이 외교를 해오면서 얻은 결론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방들은 오로지 독일의 분단 관리에만 관심이 있었지 통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더라는 것이다. 결국 분단 극복의 길은 독일인 스스로의 주도적인 노력과 행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경쟁정당의 포용정책을 계승하는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우리 한국 정치는 과연 통일이라는 대계를 꿈꿀 수 있을 정도로 이들처럼 성숙해 있는 것일까?

그냥 이대로 가다가 어느 날 갑자기 북이 무너지면 그대로 통일하면 되지 않겠냐고?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지면 미·중은 통일이 아니라 자신들의 제3의 타협안을 강요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북 주민들 간의 구심력이 지금처럼 제로인 상태라면 이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

최근 10년간 접촉해온 미국의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의 태도 변화도 심상치 않다. 과거와 달리 북한 긴급사태의 경우 중국의 개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냐는 의견들이 종종 나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어떤 전문가는 자기네들이 만난 탈북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북한주민들은 통일을 원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쪽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덧붙였다.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남에 내려와 살고 있는 3만 탈북민들이 수시로 북의 가족들과 통화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과연 그들이 가족들에게, “여기는 정말 살기 좋은 곳이야, 정부도 국민들도 시민사회도 우리를 따뜻하게 품어주고 있어…”라고 말하고 있을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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